땅딛고 하늘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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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로퀜스Homo Loquens/개념& 신조어

차부다 사고(思考)

영강풍음 2021. 8. 7. 14:25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누군지 아는가? 사람들은 모두 이 사람을 알고 있고 도처에 이름이 나 있다. 그의 성은 '차'씨이며 이름은 '부다'다. 이는 각성, 각현, 각 촌의 사람들이다. 당신은 분명 그를 본 적이 있을 것이고, 다른 사람들이 그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중국 전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의 풍모는 우리와 별반 다른게 없다. 그는 한 쌍의 눈이 있지만, 보는 것이 멍할 뿐이다. 두 개의 귀를 가지고 있지만 모든 것을 귀담아듣는 것 같지 않다. 코와 입이 있으나 냄새와 입맛 모두 세련되지는 않다. 그의 머리는 작지 않지만 기억력은 그다지 신통치 않다. 그는 모든 것을 "어, 그래그래, 괜찮아", " 왜 그렇게 작은 것까지 불쾌하게 따지냐"이런 말들을 한다. 그가 어렸을 때의 일이다. 어머니가 그에게 흑설탕을 사 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한데 그가 백설탕을 사가지고 온다. 어머니가 그를 나무라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흑설탕이나 백설탕이나 그게 그거 아닌가요?"

 

학교를 다녔을 때 선생이 그에게 물었다. "직례성의 서쪽은 무슨 성이지? 그러자 그는 산시 성이라고 답했다. 선생은 " 틀렸다, 산시 성이 아니고 산시 성이다"라고 말하자 그는 " 서서 나 산서가 그게 그거 아닌가요?"하고 말했다고 한다. 후에 그는 어느 전당포에 취직한다. 쓸 줄도 계산할 줄도 알았던 그이지만, 언제나 세밀할 수는 없었다. 십(十) 자는 늘 천(千) 자로 쓰고, 천 자는 늘  십 자로 썼다. 사장은 화가 나 종종 그를 야단쳤는데, 그는 "천 자와 십 자를 비교하면 한 획 차이인데, 그게 그거 아닙니까?" 조심스레 말하곤 했다.

 

어느 날 그는 기차를 타고 상하에 가야 하는 중요한 일을 위해 역으로 느긋이 걸어간다. 그런데 2분이나 늦어 기차는 이미 출발해버린다. 그는 멀리 떠나는 기차의 연기만 바라보며 고개를 젓는다. "내일 다시 와야겠군. 오늘 가나 내일 가나 그게 그거지 뭐, 그런데 철도공사는 그렇게 성실할 필요가 없는데 말이야. 8시 32분에 떠나도 그게 그거 아닌가." 하고 중얼거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왜 기차가 2분 정도 그를 기다려주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 했다.

 

그러던 중 그가 갑자기 큰 병에 걸린다. 가족들에게 빨리 동쪽 거리에 있는 왕(王) 의원을 모셔오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가족은 동쪽 거리의 황의원을 찾지 못 해서, 서쪽 거리에 소 소를 다루는 왕(汪) 의원을 데리고 온다. 병상에 누워있던 차부다 선생은 가족들이 사람을 잘못 데려왔다는 것을 알았지만, 병이 위급하고 고통이 심해 기다릴 수 없었다. 속으로 '다행히 왕(王) 의원이나 왕(汪) 의원이나 비슷하니 그에게 치료해달라고 해보자, 그게 그거지, 뭐'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소 다루는 방법으로 치료하게 된다. 한 시간도 안돼서 선생은 죽고 만다. 죽음에 이른 순간, 차부다 선생은 숨을 헐떡이며, " 산 것과 죽은 것 무엇이든 상관없어. 차부다(그게 그거지, 뭐) "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가 죽은 후 사람들은 차부다 선생이 모든 일에 달관한 군자라고 칭찬했다. '평생 여유롭게 일일이 따지지 않는, 그야말로 덕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가 죽은 뒤에 법호도 지어주었는데, 그를 일컬어 '원통대사'라고 불렀다. 시간이 갈수록 그의 명성은 먼 곳까지 전해질 정도였다. 수많은 사람들은 그를 본보기로 삼아 배웠고, 그리하여 그들 모두 차부다 선생처럼 되었다. 그러나 중국은 이때부터 게으른 사람들의 나라가 되어 버렸다.

 

후스는 중국의 근대화를 위해 계몽 차원에서 차부다 선생을 아주 풍자적으로 부정하고, 결국 자기 생명까지 앗아가며 죽는 순간까지 왜 자기가 죽는지를  깨닫지 못하는 몽매함을 지적하고 있다. 이 소설은 딱 부러지게 표현을 하지 않는 중국인의 모호한 태도를 빗댄 것이지만,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차부다 선생'과 같은 기질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서양 사람이나 일본 사람처럼 소수점까지 따지면 소인배로 취급하고,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고 통 크게 적당히 봐주고 포용하면 너그러운 군자로 칭송받는 문화가 아직도 남아있다. 그런 문화 탓인지 일을 대충대충 하는 바람에 부실공사, 날림공사 등으로 수많은 인재(人災)를 겪어오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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