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등이 특정분야에서 천재적 재능 보여최근 한 드라마에서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화제다. 대학병원의 소아외과 전문의들의 노력과 사랑을 담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바로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다.
이미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많이 소개된 적이 있는 서번트 증후군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영화 ‘레인맨’에서도 등장하였다. ‘레인맨’ 속 주인공은 백과사전 전집을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기억력이 뛰어난 자폐증 환자이다.
레인맨의 주인공인 레이먼드의 실존 모델은 킴 픽(Kim Peek) 이라는 사람으로 미국의 우편번호부를 통째로 외우고, 몇 년 몇 월 몇 일이 무슨 요일이었는지 순식간에 대답하며, 오늘은 그날로부터 몇 일째인지를 단 몇 초만에 계산해내는 천재이다.
이처럼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은 자폐증이나 지적장애를 지닌 이들이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 재능을 보이는 현상을 뜻한다. ‘학자’ 또는 ‘석학’이라는 의미의 서번트(savant)와 하나의 공통된 질환, 장애 등으로 이루어지는 일군의 증상인 증후군 (Syndrome)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단어이다.
서번트 증후군을 보이는 사람들을 이디엇 서번트(idiot savant, 백치 천재)라고 하기도 하는데, 자폐증이나 지적장애 환자 2천 명 중 1명 꼴로 드물게 나타나는 편이다. 여성보다는 남성에게서 더 많이 발견되며, 암기·계산·음악·미술·기계수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보인다.
서번트 증후군이 나타나는 원인에 대해서는 많은 이론들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좌뇌의 손상과 우뇌의 보상이론’이다. 출생 때 또는 어린 시절 입었던 좌뇌의 손상, 특히나 전두엽 근처의 손상이 역설적으로 기능의 촉진을 불러오면서 손상되지 않은 우뇌가 모든 역할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우뇌의 능력이 좌뇌를 보완하는 강력한 보상작용이 일어나게 되고, 그것이 특정한 분야에서 천재적인 능력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번트 증후군을 지닌 사람들 가운데에는 좌뇌가 손상된 사람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강도에게 머리 맞고 수학천재가 되기도
또한 평범한 사람들도 뇌질환과 뇌손상을 입은 후 서번트 증후군을 경험하기도 한다. 강도에게 머리를 맞은 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한 남성이 수학 천재로 거듭나기도 하였다. 미국 워싱턴주 타코마에서 강도들과 몸싸움을 벌였던 제이슨 패지트(42)는 강도에게 머리를 세게 얻어맞아 죽을 위기를 맞았다.
기적적으로 살아났고, 그 이후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이 수학공식으로 보이는 ‘수학 천재’로 거듭나게 되었다. 패지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작은 곡선과 나선형의 물건들, 심지어 나무조차 수학공식으로 느껴진다”고 밝혔다.
패지트는 실제로 3.14로 시작하는 무한대의 원주율(π, 파이) 값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비주얼로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패지트의 뇌구조가 달라진 것에 대해 신경의학자들은 강도에 당한 충격이 수학적 능력을 자극하는 뇌의 부위를 열리게 했다고 설명한다.
정상 지능이지만 사회적 상호작용에 결함 있는 장애도 있어
서번트 증후군과는 반대로 정상적인 지능을 가지고 있으나 사회적 상호작용에 결함이 있으며 특정 분야에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도 있는데, 이를 두고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Syndrome)이라고 한다. 아인슈타인, 뉴턴, 베토벤 등이 이에 속한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사회적으로 서로 주고받는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으며, 행동이나 관심 분야 또는 활동 분야가 한정되어 있어 같은 양상을 반복하는 증세를 보이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사회적으로, 직업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지만 두드러지는 언어 발달 지연이 나타나지 않는 전반적 발달 장애의 일종이다.
자폐증과는 다르게 어린 시절에 언어 발달 지연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언어 발달을 보여도 현학적이거나 우회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의사 소통의 실용성 면에서는 어려움을 보이기도 한다.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는 대개 다른 사람과 있는 것을 좋아하고 말하기를 좋아하지만, 대화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증상을 가지고 있다. 말투에 운율이 부족한 것이 특징이며, 말투나 내용이 과장되어 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고 눈치가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집착하고 있는 관심 분야에 집중되어 있고, 의사소통 중에 얼굴 표정과 몸짓을 사용하는 경우가 적은 편이다. 말을 너무 많이 하거나 반대로 너무 적게 하는 경향이 있고, 억양이 밋밋하고 단조롭거나 과장되어 있어 보통 사람이 듣기에 독특한 말을 하기도 한다.
IQ 58의 시각장애 뇌성마비 환자인 레슬리 렘키(Leslie Lemke)는 아무리 길고 복잡한 곡이라도 한 번만 들으면 피아노로 그 곡을 100% 완벽하게 재현하는 음악 천재이며, 그림수업을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자폐증 환자 핑 리안은 색채의 마술사라 불리는 그림 천재이다.
이처럼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음악, 미술, 암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은 자폐증이나 지적장애를 지닌 이들이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 재능을 보이는 현상을 뜻한다.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