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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로퀜스Homo Loquens/개념& 신조어

카오스모스

영강풍음 2021. 7. 15. 15:32

카오스만 존재할 경우 계획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되어지는 대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코스모스만 존재할 경우 고도의 정제된 결과는 얻어낼 수 있지만 자연스러움을 바탕으로 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카오스는 코스모스를 요청하기에 이르른다. 이렇게 하여 만난 카오스와 코스모스의 결합을 "카오스모스"라 한다.

 

현대 예술은 고전적인 우아함이나 절제 대신 어딘가 뒤틀어지고 불균형한 역동성을 개발해내는데 열을 쏟는다. 허스키한 목소리의 가수들, 불균형한 그림, 시공간이 뒤섞이는 영화, 줄거리가 묘하게 꼬이는 소설 등등. 우리는 현대 예술의 이런 특징을 "카오스"라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미술에서 카오스는 인간의 본성을 가식없이 표현한다는 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카오스만 일방적으로 추구될 경우 우리는 테마도 구성도 없는 무책임한 예술과 만나게 된다. 때문에 카오스는 코스모스와 절충되어야 하며, 현대의 뛰어난 예술은 카오스모스’를 주 원리로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심지어 미국의 추상화가 잭슨 폴록의 그림에서 우리는 일정한 코스모스를 발견한다. 폴록의 그림은 사물의 표면적 모양새도 또 심층적 형상도 나타내지 않는다. 그것은 사물이 뿜어내는 기(氣)를 나타내며, 마치 벼락맞은 대추나무처럼 사물의 내장(內臟)들을 겉으로 빼내 복잡하게 얽어놓는다. 그럼에도 그 기(氣)의 흐름들은 거장 특유의 솜씨로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기 때문에 우리는 거기에서 카오스모스의 대표적인 예를 발견하는 것이다. 

출처:카오스모스

 

참고:

천 개의 고원: 카오스모스(Chaosmos)-들레즈

 

  카오스로부터 <환경>과 <리듬>이 태어난다. (...) 카오스도 방향적 성분을 갖고 있으며, 이것이 혼돈 자체를 황홀하게 만든다. (...) 생물체에는 재료와 관련된 외부 환경이 있고, 구성 요소들과 구성된 실체들과 관련된 내부 환경이 있으며 나아가 막이나 경계와 관련된 매개환경, 에너지원이나 지각 행위와 관련된 합병된 환경이 있다. 그리고 모든 환경은 코드화되는데 코드는 주기적 반복에 의해 규정된다. 그러나 각각의 코드는 언제나 코드 변환이나 형질 도입 상태에 있다. 코드 변환 혹은 형질 도입은 어떤 환경이 다른 환경의 토대가 되거나 아니면 거꾸로 다른 환경 위에서 성립하거나 또는 다른 환경 위에서 소실되거나 구성되거나 하는 방법을 가리킨다. (...) 환경이란 개념 자체가 통일적인 것이 아니다.

 

  생물체만이 끊임없이 하나의 환경으로부터 다른 환경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들 또한 상호 이동을 반복하며 서로 소통하고 있다. 환경은 카오스에 열려 있으며 이 카오스는 한경을 소진시키거나 침입하려고 위협한다. 그러나 환경은 카오스에 맞게 반격에 나선다. 그것이 바로 리듬이다. 카오스와 리듬의 공통점은 “둘 사이(entre-deux)”, 즉 두 가지 환경 사이에 있는데서 찾을 수 있다. 이로부터 “카오스 리듬”, “카오스모스(Chaosmos)”가 나온다. ‘밤과 아침 사이’, 인공적으로 구축된 것과 자연적으로 싹튼 것 사이, 무기물이 유기물로, 식물이 동물로, 동물이 인류로 변이하는 사이. (...) 이 둘 사이에서 카오스는 리듬으로 바뀌는 것이다. (...)

 

  카오스가 필연적으로 리듬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리듬으로 변할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카오스는 리듬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환경 중의 환경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코드 변환에 따라 하나의 환경에서 다른 환경으로의 이동이 일어나거나 또는 몇몇 환경이 서로 소통해 서로 다른 시간-공간이 운동할 때 리듬이 생긴다.
 


 _ <천 개의 고원>(p.593~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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