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로 감염된 ‘무구조충’과 달리 돼지가 옮기는 ‘유구조충’은 위험
채종일 한국건강관리협회장,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 인쇄하기무구조충은 우리나라 여러 의서(醫書)에도 기록되어 있다. <동의보감>에는 촌백충(寸白蟲)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짧고 하얀 색깔의 기생충’이란 뜻이다. 성충으로 자란 후에는 긴 충체의 마지막 꼬리 부분에서 편절 일부가 조금씩 끊어져 대변으로 나오게 된다. 끊어져 나온 편절은 칼국수 조각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꿈틀거리며 움직이기도 한다. 흰 색깔의 편절이 완전한 1마리의 성충인 것으로 잘못 생각하여 촌백충 또는 촌충이라고 부르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촌백충 또는 촌충은 긴 충체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그 후부터는 무구조충이라 부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무구조충 감염자가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이다. 무구조충은 길이도 길고 부피도 매우 큰 기생충이지만 아랫배가 좀 아프거나 거북한 정도 이외에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 점이 특이하다. 그러나 돼지가 옮기는 유구조충의 경우에는 전혀 다르다. 사람을 돼지로 착각(?)한 결과인지 사람 조직이나 근육에도 낭미충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 몸, 특히 뇌에 낭미충이 형성되면 임상적으로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쇠고기는 육회나 생고기로도 먹지만 돼지고기만은 반드시 잘 익혀 먹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최근 20~30년 동안 국내에서 유구조충 환자가 발견된 일이 없는 점은 극히 다행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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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han.co.kr/life/health/article/202108132136002#csidxf5edfce84e78861b97c50ccf0ce09ab - 무구조충은 머리에 갈고리가 달려 있지 않은(사촌 격인 유구조충은 머리에 갈고리가 달려 있다) 허리띠처럼 긴 충체라는 뜻이다. 편절 토막이 긴 몸체로부터 조금씩 떨어져 나오는 이유는 종족 보존을 위한 자연적인 현상이다. 편절 하나하나마다 자궁이 있고 자궁 안에 충란이 가득한데 몸체에서 떨어져 나올 때 편절이 찢어지게 되며, 이때 자궁벽이 함께 찢어져 그 틈으로 충란이 바깥으로 배출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이 충란들은 대변에 섞여 외계로 나와 주변에 있는 소를 감염시킴으로써 종족 보존의 역할을 하게 된다.
- 국내에서 발견된 무구조충 성충의 모습(한국건강관리협회 기생충박물관 소장). 무구조충은 길이 18m에 달하는, 태국 남성에서 수집된 충체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 무구조충은 쇠고기 육회나 생고기를 자주 먹어서 걸리는 장내 조충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만~1만7000년 전 신석기시대에 농경사회가 형성되면서 농사일에 소를 활용하는 한편 소의 고기를 식용으로 섭취하며 유행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일한 종숙주인 사람의 배 속에서 자란 성충이 충란(알)을 낳게 되면 충란이 대변을 통해 외계로 나가고 소가 풀을 뜯어 먹을 때 풀과 함께 들어가 소에 감염된다. 중간숙주인 소에 섭취된 충란은 근육이나 조직에서 낭미충(囊尾蟲·작은 주머니처럼 생긴 유충 단계)으로 자라게 되고, 낭미충이 들어 있는 쇠고기를 날로 먹을 때 다시 사람에 감염된다. 소를 키우는 농경사회가 진행되면서 ‘사람-소-사람’의 무구조충 감염 고리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 최근 한 태국 남성의 배 속에서 18m짜리 기생충이 나왔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일이 있었다. 환자는 태국 북동부 지역의 농카이주에 사는 67세 남성으로 복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의료진이 환자에게 구충제를 주었고, 그 후 대변과 함께 배출된 충체의 길이는 무려 18m나 됐다. 무구조충이란 진단이 나왔고 덜 익힌 쇠고기를 섭취해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무구조충 성충의 길이는 3~8m 정도가 보통인데, 길이가 18m에 달한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이다(가장 긴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