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이라는 개념을 처음 만든 사람은 독일의 탐험가 알렉산더 폰 훔볼트(1769~1859)다. 1800년의 어느 날 베네수엘라 북부에 있는 어떤 호수 근처를 지나던 훔볼트는 1.6㎞ 떨어진 곳에 있는 거대한 나무를 발견하였다. 가까이 가서 확인해 보니 유럽의 자귀나무와 비슷했다. 그런데 나무의 키는 18m에 이르렀고 가슴 높이의 지름은 9m였으며 펼쳐진 나뭇가지의 지름은 59m로 둘레 길이가 175m에 달했다. 물론 훔볼트가 발견하기 전에도 그 나무는 지역에서 유명한 노거수(老巨樹)였다.
천연기념물이라는 용어는 약 200년 전 독일의 자연과학자이자 지리학자였던 알렉산더 폰 훔볼트가 처음으로 제창한 용어다. 훔볼트 해류, 훔볼트 펭귄, 훔볼트 오징어 등과 관련된 바로 그 사람이다. 그의 이름을 딴 동식물이 30여종에 달한다. 남미의 해발 6255m 침보라소산을 오르면서 몸소 겪었던 고산병이 산소가 부족해 생기는 병이라는 것을 처음 밝혀낸 사람도 훔볼트이다.
1800년 남미 여행 중 베네수엘라 북부 투르메로 마을에 들른 훔볼트는 엄청난 규모의 노거수를 마주하고 입이 떡 벌어졌다. 유럽에서는 볼 수 없었던 거대한 노거수였기 때문이다. 이 나무는 자귀나무의 일종으로 수관 둘레가 무려 약 180m에 달했다. 그는 이 나무가 멀리서 보면 마치 수풀이 우거진 커다란 고분(古墳)이나 언덕 같다고 했다.
나무에 대해 경외감을 가지고 있던 원주민들의 말을 듣고 훔볼트는 이 자귀나무를 Naturdenkmal(나투어뎅크말)이라고 표현하였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천연기념물이라고 부르는 용어의 유래이다.
그렇다면 훔볼트가 처음으로 제창한 이 용어는 어떻게 ‘천연기념물’이라는 한글로 다시 태어났을까. 그 과정에는 일본인 식물학자 미요시 마나부(三好學)가 있다. 1850년대 독일에 유학했던 그는 훔볼트가 처음 사용했던 ‘Naturdenkmal’이라는 독일어를 ‘天然紀念物’이라고 번역하였다. 이 용어는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에 도입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거대한 자귀나무의 아우라에 감명받아 떠오른 단어가 천연기념물의 기원이 되었으니, 자귀나무가 천연기념물이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일등 공신이라 할 수 있겠다. 한평생 지리학, 식물학, 동물학, 천문학, 광물학 등 다양한 연구와 전 세계 탐험 여행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했음에도 훔볼트는 90세까지 장수하였다. 당시 유럽의 평균 수명이 30~40세였던 것을 고려하면 그의 인생 자체가 ‘기념비적’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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